강의(3) 기후위기와 죄수의 딜레마 – 왜 국제협력은 어려운가?

기후변화는 한 나라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모든 나라가 함께 협력해야 지구 전체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각 나라가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거나, 서로 눈치를 보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왜 그럴까?

이 문제를 설명하는 데 자주 쓰이는 개념이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이다. 죄수의 딜레마란 무엇일까?

두 명의 범죄 용의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은 서로 협력해서 침묵하면 가벼운 처벌만 받는다. 하지만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백하게 되면, 둘 다 무거운 형을 받게 된다. 더 안 좋은 건, 한 사람만 자백하면 자백한 사람은 풀려나고, 침묵한 사람은 오히려 더 큰 벌을 받는다. 결국 둘 다 “상대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해 자백하고, 둘 다 손해를 보게 된다. 이 구조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표

상대방이 침묵 상대방이 자백
내가 침묵 둘 다 징역 1년 (최선) 내가 10년, 상대방 석방
내가 자백 내가 석방, 상대방 10년 둘 다 징역 5년 (비효율적 결과)

 

이처럼 협력하면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지만, 상대방의 배신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결국 둘 다 자백하고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 구조는 국제기후협력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각 나라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감축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드는데, 그 혜택은 전 세계에 퍼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각국은 “우리가 줄여봤자, 다른 나라가 줄이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결국, 모두가 ‘줄이지 않는 쪽이 우리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되고, 아무도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 된다. 이렇게 되면 기후위기는 계속 심각해지고,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

이 상태를 경제학에서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이라고 부른다.  즉, 아무도 자신의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는 안정된 상태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모두에게 손해인 결과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만약 이 게임이 한 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반복되는 상호작용 속에서는 신뢰를 쌓고, 협력하면 장기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기후협력도 이런 구조로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5년마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계획(NDC)을 다시 제출하고, 점검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협력이 반복되고, 서로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각국은 점점 더 진지하게 협력하게 된다.

죄수의 딜레마는 협력이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조건과 제도를 갖추느냐에 따라 협력은 충분히 가능하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게임의 규칙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단순히 각국의 의지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서로를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설계하는 일이다. 우리가 그 구조를 바꿔낼 수 있다면, 지구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