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정 복영

  • [탄소중립개론(5)] 할인율 ‘r’에 얽힌 탄소중립

    [탄소중립개론(5)] 할인율 ‘r’에 얽힌 탄소중립

    오늘날 전 지구적 과제인 탄소중립 정책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한 질문 하나로 압축된다. ‘지금 당장 경제·산업·사회 전반에 걸친 전환 비용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기술이 성숙하고 경제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계의 감축 의무, 그리고 탄소세 도입을 둘러싼 모든 갈등은 결국 이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질문이 단순히 정치적 구호나 재정 여력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학의 아주 작은 숫자 하나에 의해 구조적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그 숫자가 바로 오늘 공부할 ‘할인율(Discount Rate)’이다.

    할인율은 겉보기에 경제학의 기술적 변수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현 세대가 미래 세대의 삶과 위험을 얼마나 중대하게 평가할 것인가를 수치로 드러낸 판단 기준이다. 할인율이 높게 설정되면 미래의 피해는 현재 시점에서 작게 평가되고, 반대로 낮게 설정되면 미래의 고통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현실적 문제로 인식된다. 이러한 점에서 할인율은 탄소중립 정책의 속도를 앞당길지, 아니면 늦출지를 조정하는 보이지 않는 정책 레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판단은 경제학의 현재가치 계산을 통해 구체화 된다. 미래에 발생할 가치나 피해(FV)는 할인율(r)과 시간(t)을 고려해 PV = FV / (1 + r)^t로 환산된다. 이 수식이 의미하는 바는 동일한 미래 피해라도 할인율이 높을수록 현재의 비중은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를 기후위기 대응에 적용해 보자.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10년 후 어느 항만도시에서 침수 피해 100억 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 방재 인프라를 구축하여 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면, 해당 정책의 편익은 미래에 발생할 피해를 사전에 회피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가치이다. 그러나 그 가치는 선택된 할인율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연 5%의 할인율을 적용할 경우, 10년 뒤 100억 원의 피해는 현재 가치로 약 61억 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계산하에서는 정부가 61억 원을 넘는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보이게 되어, 대응은 쉽게 유보된다. 반대로 연 1%의 할인율을 적용하면 같은 미래 피해의 현재 가치는 약 90억 원으로 평가되며, 조기 투자와 적극적 정책 개입이 합리적 선택으로 도출된다.

    결국 할인율은 단순한 계산상의 숫자가 아니라, 미래 위험을 어떻게 인식하고 불확실성과 세대 간 책임을 어떻게 정책에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경제학적 세계관을 함축한다. 이 문제를 두고 서로 다른 해답을 제시해 온 대표적 인물들인 윌리엄 노드하우스, 니콜러스 스턴, 그리고 마틴 와이츠만의 주장을 들어보자.

    먼저,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는 ‘시장’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그는 시장 금리와 투자 수익률을 반영하여 연 3~4% 수준의 비교적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논리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미래 세대는 우리보다 훨씬 부유할 것이며, 따라서 상대적으로 가난한 현재 세대가 부유한 미래 세대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치르는 것은 비효율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후 대응 비용은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의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하며, 초기에는 낮은 탄소세로 시작해 경제 성장에 맞춰 서서히 대응 수위를 높여가는 ‘점진적 대응(Climate Policy Ramp)’이 합리적이라고 결론 내린다. 즉 충격 없이 아주 완만하게 서서히 올라가는 Ramp 길처럼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 시스템 내포한 ‘살찐 꼬리(fat tail)’ 위험에 주목

    반면, 2006년 기념비적인 ‘스턴 보고서’를 펴낸 니콜러스 스턴(Nicholas Stern) 경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 교수이자 세계적 석학인 그는 기후변화를 단순한 투자의 문제가 아닌 ‘윤리적 계약’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그는 단지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미래 세대의 행복을 할인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부당하다고 역설하며, 연 1.4% 수준의 매우 낮은 할인율을 적용했다. 미래의 가치를 현재와 거의 대등하게 평가하자, 기후변화의 피해액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산출되었다. 이에 따라 그는 파국을 막기 위해 전 세계 GDP의 약 1~2%에 달하는 비용을 지금 당장 투자하는 ‘즉각적이고 강력한 행동’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환경경제학계의 석학인 마틴 와이츠만(Martin Weitzman)은 ‘불확실성’이라는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며 기존 논의를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했다. 그는 단순한 할인율 수준의 비교를 넘어, 기후 시스템이 내포한 이른바 ‘살찐 꼬리(fat tail)’ 위험에 주목했다.

    통계학의 일반적인 정규분포(종 모양 곡선)에서는 양 끝으로 갈수록 발생 확률이 0에 가깝게 줄어드는 ‘얇은 꼬리(thin tail)’를 보인다. 마치 키가 3미터인 사람이 존재할 확률이 없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는 기후변화의 확률 곡선은 이 꼬리 부분이 바닥에 닿지 않고 두툼하게 살찐 것처럼 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0’이 아니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실재한다는 뜻이다. 즉 과거 데이터에 의존한 일반적인 경제 모델은 이러한 기후변화의 파국적 재난 확률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와이츠만은 예를 들어 지구 온도가 6도 이상 상승하여 문명이 파괴되는 것과 같은 ‘꼬리 위험’은 비록 발생 확률이 낮더라도 그 피해가 무한대에 가깝다는 점을 지적했다. 파멸 앞에서는 비용-편익 분석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따라서 그는 기후 정책을 효율성의 관점이 아니라, 파국을 막기 위한 ‘보험(Insurance)’의 성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결론적으로 스턴의 강력한 조기 대응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한편 이러한 이론적 논쟁은 상아탑에 머물지 않고 현실 정치와 정책을 뒤흔들기도 한다. 미국의 사례를 보자. 트럼프 행정부는 노드하우스의 논리를 빌려 3~7%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했고, 그 결과 ‘사회적 탄소 비용(SCC, Social Cost of Carbon)’을 낮게 산출하여 화석연료 규제 완화를 정당화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 스턴의 윤리적 접근을 받아들여 2.5~3% 내외의 낮은 할인율을 채택했다. 이는 대규모 친환경 투자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강력한 경제적 근거가 되었다.

    결국 할인율은 살펴본 것처럼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현 세대의 탐욕과 미래 세대의 생존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다. 기후 위기의 시계가 빨라지고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의 경고음이 커지는 지금, 세계의 지성은 점진적인 노드하우스의 해법보다는 스턴과 와이츠만의 강력한 행동론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미래가 파국적인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는 안일한 경제 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 탄소중립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할인율은 미래를 위한 책임의 숫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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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르덱스 에이아이(주)업무소개

    베르덱스 에이아이(주)업무소개

    베르덱스 에이아이(VERDEX AI) 업무소개

    1.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문제: “감축은 많은데, 증명은 어렵다.”

    탄소중립은 선언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모든 산업은 “얼마나 줄였는가(Measurement)”, “그 수치가 맞는가(Reporting)”, “독립적으로 확인 가능한가(Verification)”라는 검증 체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과 산업단지는 현재 다음과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 수기로 작성된 온실가스 자료 → 오류조작 위험 존재
    • 공정별 데이터 미흡 → 감축 인정 불가
    • 해외 규제(CBAM, SEC·ISSB 공시)에 대응 어려움
    • 탄소크레딧 사업 확대 중인데 감축량 계산 근거 부족

    즉, 감축 자체보다 감축을 증명하는 것이 더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 간극을 해결하는 기술이 바로 디지털 dMRV(digital Measurement · Reporting · Verification)이다.

    1. VERDEX AI의 정의: “감축을 측정 가능한 자산으로 바꾸는 기술기업

    베르덱스 에이아이는 단순한 IT 기업이 아니라,배출량·감축량·활동자료를 실시간·자동으로 수집·분석하여 정확한 탄소지표로 변환하고, 이를 검증 가능한 데이터 자산으로 만드는 dMRV 전문기업이다.

    우리는 다음 세 가지 기술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데이터 기반 MR 시스템 구축

    • 센서차량 OBD·산단 설비·계량기 등 현장데이터 자동 수집
    • 공정차량·설비별 배출계수/활동자료의 자동 계산 알고리즘
    • IPCC 기준, ISO 14064·14065에 맞춘 계산 체계

    검증 가능한 탄소 프로토콜 개발

    • 수송(공회전 제한, 효율화), 산업(집진기보일러 개선),
      에너지전환(분산전원, 효율화) 등 한국형 외부감축 방법론 + dMRV 결합 모델제작
    • 국제 표준(VERRA, Gold Standard) 구조에 맞춘 검증 친화적 설계

    탄소데이터를 경제적 가치로 전환

    • 기업의 감축 실적을 탄소크레딧 형태로 자산화
    • EU CBAM 대응을 위한 공정별 탄소 intensity 산출
    • ESG·공시(ISSB/ESRS/SEC)에서 요구하는 정량 데이터 자동 제공

    즉, 베르덱스는 단순 기록을 넘어서 “탄소데이터를 경제적 가치와 규제 대응 능력으로 바꿔주는 회사”이다.

    1. 베르덱스가 dMRV에 강한 이유: 실제 현장·정책·국제기준을 모두 아는 회사이기 때문

    베르덱스 에이아이는 다른 IT 기업과 달리 탄소·환경 정책과 국제표준을 가장 잘 이해하는 팀에서 출발했다.

    ✔ 정부(환경부·환경청) 현장 경험 → 규제·배출구조를 정확히 이해

    ✔ 국가온실가스관리기사·환경영향평가사 등 전문 자격 → 정확한 산정 가능

    ✔ 국제 기준(IPCC, ISO 14064/65, CBAM 규정, VERRA) 통합 해석 능력

    ✔ 기업·산단·수송분야의 실제 감축 기술을 알고 있는 회사

    1. 왜 베르덱스의 dMRV 모델이 시장에서 반드시 필요해지는가?

    ✔ 2026년 EU CBAM 정식 부과: 기업은 정확한 공정별 탄소데이터없이는 수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 2027년 국내 탄소배출권제도(ETS) 대폭 강화: 배출권 가격 상승 → 정확한 MRV 없으면 비용 급증

    ✔ 세계적으로 ‘dMRV 방식’이 감축사업의 필수 요건으로 변화:UN carbon credit 시장 → 데이터 기반 요구 증가

    ※ VCM 시장→부정확한 MRV로 수백 건 크레딧 폐기 → 정확한 MRV만 살아남는다

    즉, 앞으로 모든 감축 활동은 “dMRV를 갖추지 않으면 감축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가 된다. 베르덱스는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준비하고 있는 회사다.

    1.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베르덱스 에이아이는 탄소 감축을 정량화하고, 그 감축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가치 있는 데이터’로 만드는 dMRV 전문기업입니다.”(끝)

  • 탄소중립강좌(4)-“탄소중립의 시대, 정작 파리협정(Paris Agreement)엔 그 단어가 없다”

    탄소중립강좌(4)-“탄소중립의 시대, 정작 파리협정(Paris Agreement)엔 그 단어가 없다”

    지난 강좌에서 우리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과 ‘넷제로(Net Zero)’ 그리고 ‘기후중립(Climate Neutrality)’의 차이를 정리하며 개념을 바로 세워보았다. 이제는 정부 정책도, 기업의 ESG 보고서도, 국제회의 합의문도 모두 이 개념들을 중심에 둔다. 그런데 정작 전 세계 기후체계의 기준이 되는 파리협정에는 이 익숙한 단어들이 보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국제협정에 왜 핵심 개념들이 빠져 있을까. 의외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 질문의 답은 약 30여년 전의 교토의정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찾을 수 있다.

     

     

    ■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남긴 교훈

     

    1997년에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에 법적 감축의무를 부과했고, 목표는 감축수치로 고정했으며, 감축 방식도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그러나 그 경직성은 곧바로 정치적 부담이 되어 돌아왔다. 미국은 산업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비준을 거부했고, 일본과 러시아는 2차 공약기간(2013~2020)에 참여하지 않았다. 교토체제는 강한 규범이 오히려 참여를 줄이는 역설을 드러냈다. 국제사회는 이후 이 실패를 뼈아프게 기억하게 되었다.

     

    ■ 파리협정의 전략, “참여를 먼저 확보하자”

     

    2015년 파리협정 협상장은 “교토의정서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강했다. 협상가들은 이 교훈을 바탕으로 더 많은 나라의 참여를 끌어내는 방향을 모색하게 되었다.

     

    (1) 지나치게 구체적인 표현은 피하자.

     

    탄소중립이나 넷제로는 직관적으로 쉬운 개념 같지만 국제법에서는 복잡한 해석을 요구한다.

    어떤 온실가스를 포함할지, 상쇄를 감축으로 볼지 등 국가마다 판단이 다르다. 이런 용어를 협정문에 넣으면 해석 충돌이 생기기 쉽다. 교토체제가 바로 그러한 규범적 경직성 때문에 흔들렸다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2) 감축목표는 외부가 아닌, 각국이 스스로 정하게 하자 — NDC(국가결정기여)의 탄생

     

    파리협정이 도입한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는 감축 목표를 외부가 부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국이 스스로 설정하고 이행을 책임지는 체제로 전환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각국이 자율적으로 만든 목표가 더 높은 수용성과 이행 가능성을 보인다는 점은 국제사회가 교토체제를 통해 얻은 중요한 학습이었다.

    바로 이 ‘자발성’ 중심의 설계 원리 때문에 파리협정은 처음부터 ‘탄소중립’이나 ‘기후중립’과 같은 단일한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웠다. 국가별 경제규모, 감축역량, 기술수준이 다른 상황에서 단일목표를 요구할 경우, 파리협정이 중시한 보편적 참여 원칙과 충돌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3) 특정 기체 중심 용어보다 모든 온실가스를 포괄하자

     

    ‘탄소중립’이라는 표현은 주로 이산화탄소 감축에 초점을 맞춘 개념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파리협정이 다루는 감축 대상은 이산화탄소만이 아니라 메탄, 아산화질소, 불소계 가스까지 포함하는 모든 온실가스이다. 이 때문에 파리협정은 처음부터 ‘탄소중립’ 같은 용어를 채택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비이산화탄소(NON-CO₂) 온실가스인 메탄이나 불소계 가스의 비중이 큰 국가들에게는, 탄소중심 용어가 자국의 배출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개념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그래서 선택된 표현,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의 균형”

     

    파리협정 제4조 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의 균형을 달성한다.(achieve a balance between anthropogenic emissions and removals…)”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균형(balance)’이다. 이 표현은 각국의 경제 상황·감축 경로 등이 서로 다르다는 현실을 반영하여 여러 방식의 감축 조합을 허용하는 유연성을 담고 있다. “균형”이라는 말 자체가 특정 기체나 특정 수단을 지목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마다 이산화탄소, 메탄, 불소계가스 등 자국의 배출 구조에 맞는 방식으로 전체 온실가스를 조정하도록 여지를 열어 둔 것이다. 또한 ‘넷제로’처럼 특정 수치를 전제로 하거나, ‘탄소중립’처럼 이산화탄소 중심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는 용어에 비해 해석의 폭이 넓어 국가 간 이견이 발생할 위험도 자연스럽게 낮았다.

     

    ■ 이후 탄소중립·넷제로는 이렇게 국제표준이 되었다

     

    파리협정이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의 균형’이라는 큰 방향을 제시하자, 그다음 단계는 이 원칙을 얼마나, 언제까지 달성해야 하는지를 과학적으로 규정하는 일이었다. 이 역할을 맡은 것이 2018년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1.5℃ 특별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로 억제하려면 2050년경 전 세계가 넷제로에 도달해야 한다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 과학적 기준이 나오자 각국은 이를 바탕으로 2050 탄소중립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고, 기업들도 넷제로 목표를 공식 선언하며 동참했다. 결국 파리협정이 방향을 잡았고, 과학이 목표치를 정했으며, 정책과 시장이 이를 실행하게 된 것이다.

     

     

    ■ 마무리

     

    파리협정에 ‘탄소중립’이라는 용어가 명시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종종 협정의 의도에 대한 오해를 낳기도 한다. 일부는 파리협정이 탄소중립 또는 넷제로를 제도적 목표로 설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는 협정문 표현이 선택된 역사적·외교적 맥락을 간과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가 가진 경직적 규범 구조가 국가 참여를 약화시켰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전 지구적 참여 확대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설계된 체제다.

     

    결국 파리협정의 용어 선택은 목표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합의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된 조정의 산물이라고 이해해야 한다.(끝).

     

     

     

     

     

  • 탄소중립강좌(3)- ‘낮게 달린 과일(Low-Hanging Fruit)’의 함정

    탄소중립강좌(3)- ‘낮게 달린 과일(Low-Hanging Fruit)’의 함정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기후시스템의 균형을 뒤흔들며, 기후위기를 전 지구적 위험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대응 방식을 재정비했고, 그 전환점이 바로 2015년 파리협정이었다. 여기서 각국이 스스로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설정하는 체제로 방향을 틀자, 논의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어떤 경로와 수단으로 줄일 것인가”로 옮겨갔다. 이 과정에서 장기적 감축 경로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는 개념이 필요해졌고, 이에 부상한 것이 바로 ‘넷제로(Net Zero)’였음은 이미 학습한 바와 같다.

     

    그러나 넷제로가 국제적 기준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드러났다. 실질 감축과 회계적 상쇄가 뒤섞여 목표 달성의 신뢰성이 흔들리는 사례가 나타난 것이다. 겉으로는 탄소중립을 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대기 중 탄소농도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형식적 넷제로’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탄소중립 4대 전략의 구분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국제사회는 넷제로 논의의 혼선을 정리하고 실질적 감축을 중심에 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 결과 감축 경로를 회피(Avoid)–감축(Reduce)–제거(Remove)–상쇄(Offset)의 네 가지 방식으로 구분하는 탄소중립 4대 전략이 제시되었고, 이를 통해 정책적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려는 노력이 본격화되었다.

     

    회피(Avoid)는 배출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활동 자체를 바꾸는 전략이다. 즉, “탄소가 생길 일을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다. 출퇴근을 재택근무로 전환하거나, 출장 대신 화상회의로 이동을 대체하는 등 행위 자체를 바꿔 탄소가 발생할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는 단계이다.

     

    감축(Reduce)은 이미 존재하는 시스템 속에서 배출량을 줄이는 전략이다. 즉,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공장·건물의 에너지 효율 향상(고효율 보일러 등)이나, 산업 공정 개선 등으로 더 적은 탄소를 배출하도록 만드는 단계이다.

     

    제거(Remove)는 이미 배출된 탄소를 없애는 전략이다. 즉, “공기 속에 흩어진 탄소를 다시 회수하는 과정”이다. DAC(Direct Air Capture) 장치로 공기에서 CO₂를 포집하거나, 조림·토양탄소 증진 기술 등이 그 예이다. 대기 중 탄소의 양을 줄여 기후 안정성을 높이는 단계이다.

     

    상쇄(Offset)는 어떤 부문에서 줄이기 어려운 배출을 다른 곳의 감축·흡수 활동으로 보완하는 전략이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크레딧을 구매하거나 탄소시장에서 감축량을 매입해 잔여배출을 상쇄하는 방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낮게 달린 과일(Low-Hanging Fruit)

     

    이처럼 4대 전략은 탄소중립의 기본 틀을 세우지만, 현실의 정책 선택 과정은 이론과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감축 수단 간 비용과 난이도가 차이 나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은 전략 간 우선순위를 경제적 부담을 기준으로 재조정하곤 한다. 이때 등장하는 전형적인 패턴이 바로 ‘낮게 달린 과일(Low-Hanging Fruit)’ 문제다.

     

    즉, 각국은 비용이 적게 들고 쉬운 감축부터 먼저 수확하고, 고비용·고난도 부문은 뒤로 미루는 경향을 보인다. 초기에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축 속도는 정체되고 구조적 전환은 계속 지연된다.

     

    이 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비판한 이들이 앤서니 팻(Anthony Patt)과 요한 릴리스탐(Johan Lilliestam)이다. 두 학자는 2018년 《Joule》 논문에서, 탄소세와 같은 가격 정책은 초기에는 성과가 나지만 시장은 필연적으로 저비용 감축부터 선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정작 에너지·산업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은 뒤로 밀리고, 장기적으로는 상쇄나 미래기술에 대한 ‘위험한 의존성’이 커지는 구조적 딜레마가 형성된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쉬운 감축이 항상 기후적으로 최선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쉽게 수확할 수 있는 감축에만 매달리는 구조적 편향을 교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NDC의 구조적 문제와 ETS 외 감축대책의 필요성

     

    ‘낮게 달린 과일(Low-Hanging Fruit)’ 문제는 기후정책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적 한계다. 시장은 필연적으로 쉽고 저비용의 감축부터 선택하며, 상대적으로 어려운 산업 구조전환 등은 뒤로 미루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Patt & Lilliestam이 지적했듯, 현재 가능한 감축은 충분히 하지 않고 미래 기술이 언젠가 제공할 감축을 선반영하는 위험한 정책 패턴을 낳는다.

     

    한국의 2030 NDC 역시 이러한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다. NDC는 수소환원제철,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등 경제성·상용화 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감축량의 큰 비중을 할당했고, 이는 현재 실현 가능한 실질 감축보다 미래 기술 의존을 중심으로 목표를 구성한 구조적 편향을 드러냈다. 결국 한국이 선택한 경로도 Patt & Lilliestam이 경고한 것처럼, 저비용 감축만 우선하고 고난도 감축을 미래로 미루는 전형적 패턴을 재현한 셈이다.

     

    이와 달리 EU는 이러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교정하기 위해 비ETS(Emissions Trading System) 부문의 감축을 법적 의무로 규정하는 Effort Sharing Regulation(ESR)을 도입했다. ESR은 감축 비용이 낮은 부문만 선택하는 시장 편향을 차단하고, 수송·건물·농업 등 구조적으로 감축이 어려운 부문에도 국가별 최소 감축 의무를 강제 배정함으로써, 고난도 감축을 미루지 못하도록 만드는 제도적 장치다. 이는 Patt & Lilliestam이 제기한 문제를 실제 정책 설계로 해결한 대표적 국제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의 NDC가 보여준 문제 역시 목표 설정의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책구조 자체가 쉬운 감축만 선택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EU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도 ETS 바깥 부문—특히 수송, 건물, 농업 등—에 대해 법적 감축 의무와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지 않는 한, 동일한 정책 편향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 가능한 실질 감축을 지금 확실히 이행하고, 고난도 감축을 미래 기술에 전가하지 않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것이야말로 한국이 현실적인 넷제로 경로로 진입하는 책임 있는 해법이다.

     

     

  • 탄소중립개론강좌(2)-기후위기 대응의 진화

    탄소중립개론강좌(2)-기후위기 대응의 진화

    탄소중립개론강좌(2)-기후위기 대응의 진화

     기후위기 대응의 진화-탄소 중립(Carbon Neutrality)→ 넷-제로(Net Zero)→ 기후 중립(Climate Neutrality)

    ▲이미지 제공/ 탄소중립정책, 지구 시스템 5개 권역의 상호작용.(그림=기후에너지환경부)

    최근 우리는 기후위기라는 말을 일상으로 듣는다. 여름이면 불볕더위가 길어지고, 국지성 집중호우가 도시를 단숨에 마비시키며, 세계 곳곳에서는 산불과 식량 위기가 반복된다.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대량의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속도로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이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기후 시스템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국제 기후과학기구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탄소 배출과 온실효과가 있다. 이산화탄소는 열을 붙잡는 성질을 지니는데, 우리가 배출하는 양이 자연의 흡수 능력을 초과하면서 대기 중 탄소가 지속해서 축적되고 있다. 그 결과는 단순한 날씨 변화가 아니라 생태계, 농업, 건강, 물 관리, 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적 충격으로 이어진다.

    특히 IPCC는 기후 시스템이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되돌리기 어려운 임계점(tipping point)에 다다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북극 해빙이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바다가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해 온난화 속도가 가속되고, 다시는 원래의 얼음 상태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기후 대응은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탄소 중립(Carbon Neutrality) 개념의 등장

    이러한 위기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탄소 중립이다. 탄소 중립은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자연 또는 기술을 통해 흡수·제거되는 양을 같게 만들어 대기 중 탄소 총량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상태이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전 세계 국가는 기후위기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 가능하면 1.5℃ 이하로 유지한다는 공동 목표에 합의했다. 그러나 각국의 산업구조와 에너지 소비 수준이 크게 다르므로, 모든 나라가 당장 배출량을 급격히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파리협정은 배출과 흡수를 통해 균형을 맞춘다는 탄소 중립개념을 우선적인 목표로 채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탄소 중립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탄소 중립은 배출량을 줄이는 감축(reduction)과 흡수·상쇄(offset)를 모두 인정하는 개념이므로, 이론적으로는 감축 노력을 크게 하지 않아도 상쇄만으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일부 기업과 국가는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은 채 나무 심기 사업이나 해외 감축 사업 투자만으로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하기도 했다.

    넷제로(Net Zero) 개념으로 진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주목하게 된 개념이 바로 넷제로이다. 넷제로는 단순히 배출과 흡수의 균형을 맞추는 탄소 중립과 달리, 배출 자체를 가능한 한 근본적으로 줄이는 것을 우선 원칙으로 삼는다. 즉, 남길 수밖에 없는 최소한의 ‘잔여 배출(residual emissions)’에 대해서만 상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접근이다.

    이 개념은 2018년 IPCC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 전 세계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 배출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과학적 결론이 제시되면서 명확한 국제 목표로 자리 잡았다(Limiting warming to 1.5 °C implies reaching net zero CO₂ emissions globally around 2050). 그 이후 SBTi(과학기반감축목표기구)는 기업이 넷제로를 선언하려면 전체 배출량의 약 90% 이상을 실제 감축해야 하며, 상쇄는 감축이 불가능한 잔여 배출에만 허용된다는 기준을 세웠다. 넷제로 목표는 감축이 우선이며, 상쇄는 최후의 보완 수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탄소 중립이 기후 대응의 출발점이었다면, 넷제로는 실질 감축 중심으로 전환된 다음 단계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기후 중립(Climate Neutrality)으로의 확장

    마지막으로 기후 중립은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메탄, 아산화질소 등 모든 온실가스와 기후 영향 요인을 포함하는 더 포괄적 개념이다. 탄소 중립이 ‘탄소’를 중심으로, 넷제로가 ‘감축 방식’을 강조한다면, 기후 중립은 지구 기후 시스템 전반의 균형을 복원하는 최종 목표라고 말할 수 있다.

    기후 중립은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 기후에 영향을 주는 모든 온실가스와 기후변수의 순 영향을 0으로 만드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단기적 감축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으며, 에너지 전환, 산업구조 개편, 생태계 복원, 기술 혁신이 함께 이루어져야 가능한 장기적 목표이다.

    탄소 중립, 넷제로, 기후 중립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살펴본 것처럼 뜻과 적용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이 차이를 알아두는 것이 기후 대응을 바르게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개념을 분명히 하면 목표가 더 현실적으로 보이고, 시장과 정부 정책도 신뢰를 얻으며, 실제로 얼마나 감축했는지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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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중립개론강좌(1)-탄소중립개론] 강좌를 시작하며…

    탄소중립개론강좌(1)-탄소중립개론] 강좌를 시작하며…

    [탄소중립개론] 강좌를 시작하며…
     
    “기후위기는 경제위기… 감축은 산업 경쟁력 핵심 전략”

    ▲정복영 교수의 탄소중립개론 지도서.(사진=알라딘 제공)

    세계 경제는 지금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질서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폭염·홍수·산불 같은 기상이변이 농산물 가격과 물류비를 뒤흔들고,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은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구조적 변수가 되었다.

    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탄소중립이 있다. 그것은 이제 도덕적 구호가 아니라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2026년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탄소가 곧 무역의 비용이 되는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제품의 품질보다 ‘탄소배출량’이 새로운 경쟁 기준이 되었고, 감축정책의 수준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고 있다.

    탄소시장(ETS)은 규제시장의 신호체계로 자리 잡으며, 감축 실적이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다.

    여기에 자연자본시장(Natural Capital Market)이 결합하면서, 탄소흡수원과 생태복원, 수자원·토양의 보전 가치가 새로운 금융자산으로 평가된다. 새로운 두 시장의 탄생을 통하여 우리는 기후와 경제의 경계가 사라지고, 탄소중립은 산업전략과 무역질서를 재편하는 경제 전환의 축으로 부상했음을 목도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정부도 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을 통합하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하며 기후대응의 전략적 전환을 꾀하고 있다.

    특히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통해 정책 집행의 컨트롤타워를 창출하고, ESG 공시강화·녹색금융 확대·재생에너지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 등을 적극 추진 중이다.

    다만 현실과의 접점에서는 과제가 남아 있다. 산업계는 에너지정책의 규제 강화 우려를 제기하며, 일부 투자자들은 정책 신호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부족을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한편 국제 정세는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협정 이탈과 화석연료 산업 복귀는 탄소중립을 둘러싼 국제 합의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미국이 규제 완화와 에너지 자립을 앞세우면,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나 녹색산업정책은 새로운 무역 갈등과 정책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

    기후정책은 이제 환경이 아닌 경제·외교·안보가 교차하는 복합 의제로 변모하고 있으며, 나아가 기후정책 결정은 오늘을 사는 세대의 이해를 넘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의 삶까지 좌우할 것이다.

    그럼에도 탄소중립의 본질은 단순하다. 낭비를 줄이고 자원을 아끼며 자연의 순환을 존중하는 삶의 방식, 그것이 탄소중립의 출발점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도 그 지혜가 있었다. 어머니의 장독대 위의 숯은 냄새를 막는 도구이자 공기 중 탄소를 고정하는 생활의 과학이었고, 아버지는 가을마다 ‘까치밥’을 남겨 새와 인간이 공존하는 순환의 질서를 지켰다. 절약과 배려의 원리는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생태적 탄소중립’의 뿌리였다.

    하지만 지난 150년간 인류는 그 균형을 잃었다.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에서 420ppm을 넘어섰고, 지구 평균기온은 1.2℃ 상승했다. 이제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경제와 생존의 과제가 되었다.

    다행히 우리는 해법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 AI와 빅데이터는 에너지 수요를 예측하고, 디지털 MRV(Measurement·Reporting·Verification) 시스템은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검증한다. 기업은 감축 실적을 자산화하고, CCUS·재생에너지·순환경제 산업은 새로운 성장의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의 사회는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이 동시에 진화하는 ‘트윈 트랜지션(Twin Transition)’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이 자원 효율을 높이고, 블록체인과 IoT가 탄소감축의 신뢰성을 높이며,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가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낸다. 탄소중립은 기술혁신과 시장혁신이 결합된 미래사회의 기본 언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제가 [탄소중립개론]을 집필한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탄소중립은 기술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 이해를 경제적 실천과 사회적 전환으로 연결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곧 경제위기이며, 감축은 윤리적 선택을 넘어 산업 경쟁력의 핵심 전략이 된다.

    온실가스, CBAM, 탄소시장, ESG, 자연자본회계 같은 개념이 정책 보고서에만 머문다면, 시민과 기업, 정부는 그 의미를 공유하지 못한다. 이 책은 그 간극을 좁히고, 과학과 경제, 정책과 생활이 하나의 언어로 소통하는 길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제 지면을 통해 [탄소중립개론] 강좌를 연재한다. 기후변화의 과학에서 출발해 정책, 산업, 시민의 행동경제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풀어가며, 이해가 실천이 되고, 실천이 문화가 되는 전환의 여정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 탄소중립 시대, 온실가스 관리 전문성을 위한 학문적 길잡이, 탄소중립개론

    탄소중립 시대, 온실가스 관리 전문성을 위한 학문적 길잡이, 탄소중립개론

    탄소중립은 21세기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절박한 과제다. 산업혁명 이후 축적된 온실가스는 지구 기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으며, 그 결과 전례 없는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과 같은 기후재난이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파리협정 이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한다’는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뿐만 아니라 사회 전 부문에서 실질적인 감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제도가 바로 국가온실가스관리기사 자격증이다. 이 자격증은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기업·지자체 단위의 감축 관리 체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제도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감축 사업 기획, MRV(Measurement, Reporting, Verification: 측정·보고·검증) 수행 등 종합적 능력을 요구한다. 단순히 시험 합격을 위한 계산 기술을 넘어,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국제 협상 체계, 정책적·경제적 대응 수단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없이는 이 자격증의 진정한 의미를 살릴 수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탄소중립개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책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을 단편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과학·정책·경제·사회적 맥락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설명하는 입체적 교재라 할 수 있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이해와 온실가스 관리

    자격증 준비 과정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의 과학적 원리이다. 『탄소중립개론』은 온실가스의 복사강제력, 대기 중 체류 기간, 그리고 이로 인한 기후시스템의 변화 과정을 설명함으로써, 단순한 수치 암기를 넘어 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이유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응시자는 배출량 산정과 감축 기법을 단순한 기술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필연성 위에서 이해하게 된다.

     

    또한 부문별 배출 구조―에너지, 수송, 산업, 농축수산 등―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실제 시험 과목 중 산정 및 계산 영역을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곧 현장에서 기업이나 지자체가 배출 인벤토리를 작성할 때 직접 활용 가능한 지식이기도 하다.

     

    국제 협력과 정책 체계의 이해

    온실가스 관리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또 다른 핵심 역량은 국제 협약과 정책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다. 파리협정, 교토의정서, IPCC 보고서 등은 시험의 주요 배경 지식일 뿐 아니라, 실제 정책 현장에서 기본이 되는 규범적 토대다. 『탄소중립개론』은 이러한 협약의 역사적 맥락과 의의, 그리고 각국이 취해온 전략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단순히 협약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왜 이런 체제를 만들었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학문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곧 시험 준비뿐 아니라, 정책 현장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국제 기준을 준수해야 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된다.

     

    경제적 수단과 탄소시장의 활용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경제적 유인이 필요하다. 『탄소중립개론』은 배출권거래제, 탄소세, 외부감축사업, 자발적 탄소시장(VCM) 등 다양한 제도의 원리와 한계를 상세히 설명한다. 이는 자격증 시험에서 정책·경제 파트 문제 해결에 직결될 뿐 아니라, 향후 전문가가 기업의 배출권 관리, 감축 투자 검토, ESG 공시 대응 등의 실무에 참여할 때 반드시 필요한 지식이다.

     

    특히 최근 국제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ESG 공시제도(ISSB, ESRS, SEC 규정 등)와 탄소시장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것은 전문가로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이 된다. 『탄소중립개론』은 이러한 부분을 포괄적으로 다루며, 응시자가 단순히 ‘시험 합격자’가 아니라 “실천적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학문적 통합과 실천적 혜택

    『탄소중립개론』을 통해 얻게 되는 혜택은 구체적이다.

    학습적 측면에서 시험 문제의 배경 원리를 깊이 이해할 수 있어, 단순 암기가 아닌 논리적 접근이 가능하다. 실무적 측면에서 MRV 체계, 배출권거래제, ESG 공시 제도 등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지식을 습득한다. 전문성 측면에서 기후변화 과학에서 국제 협약, 경제적 수단, 사회적 전환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을 확보한다. 사회적 측면에서 탄소중립 시대의 녹색 일자리 창출, 공공 프로젝트, 국제 협력 과제 등 다양한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국가온실가스관리기사라는 자격증 취득을 넘어,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학문적 토대를 제공한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결론: 지식은 실천을 가능케 한다

    오늘날 탄소중립은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니라, 국가 경제와 사회 시스템 전환의 중심에 서 있다. 이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갈 전문 인력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편적인 기술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정책적 맥락, 경제적 도구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총체적 이해이다.

     

    『탄소중립개론』은 바로 이러한 통합적 이해를 제공하는 책이다. 이 책을 학습한 독자는 국가온실가스관리기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넘어, 기업과 지자체,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탄소중립은 시대적 과제이자 기회의 장이다. 『탄소중립개론』은 그 길 위에서 지식과 실천을 연결해주는 가장 든든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끝).

     

     

  • Verdex AI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TOP 3 전략보고서(안)

    Verdex AI가 추구하는 <기후환경 + AI> 비즈니스 TOP 3 전략보고서(안)

    Verdex AI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후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회사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전략은 크게 세 가지 단계로 구분되며, 이는 단기적 수익과 안정성, 중기적 확장성, 그리고 장기적 대중화를 동시에 지향한다.

    1. AI 기반 dMRV(디지털 MRV) 검증 플랫폼

    첫 번째 전략은 AI를 활용한 dMRV(Digital Measurement, Reporting & Verification) 검증 플랫폼 구축이다. 이는 IoT 센서, 위성, 차량 OBD(On-Board Diagnostics) 데이터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여, 기업이나 지자체의 탄소감축 실적을 자동 검증하고 탄소크레딧 발행까지 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과 한국의 배출권거래제(K-ETS) 확대로 인해, 기업들은 단순 감축 선언이 아니라 “증명 가능한 감축”을 요구받고 있다. 이 때문에 dMRV 솔루션은 시장에서 높은 수요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탄소시장은 이미 2023년 기준 약 1,000조 원 규모에 달하며, 글로벌 컨설팅사의 전망에 따르면 dMRV 관련 시장은 2030년까지 연 20~3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ISO 14064/14065 인증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환경부와 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NGMS)에의 등록, 해외에서는 VERRA·Gold Standard 등 국제 인증체계와의 호환이 필요하다.

    수익성 측면에서 Verdex AI는 기업 대상 SaaS 구독 서비스, 감축실적의 크레딧화 및 거래 수수료, 지자체와 정부를 위한 정책 대행 서비스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다. 초기 2~3년간은 기술개발과 인증 취득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검증기관 지위를 확보하게 되면 고정 수익과 거래 수익을 동시에 창출할 수 있어 높은 ROI를 기대할 수 있다.

     

    1. AI 기후리스크 예측 및 보험 연계 모델

    두 번째 전략은 AI를 활용한 기후리스크 예측 및 보험 연계 모델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홍수, 폭염, 산불과 같은 기후재난이 빈번해지면서 기업과 지자체, 그리고 보험사는 재난 발생 확률에 기반한 리스크 관리 수단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Verdex AI는 다양한 기후모델, 위성데이터, IoT 센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여 재난 발생 확률을 과학적으로 산출함으로써 보험사와 기업이 보다 정교한 리스크 기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글로벌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액은 이미 연간 300조 원을 넘어섰으며, 기후리스크 데이터·모델링 시장은 연평균 15~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특히 ESG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해당 분야의 수요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사업모델은 직접 보험업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보험사에 기후리스크 예측 API를 제공하거나 지자체에 리스크 맵핑 솔루션을 판매하며, 기업에는 공급망 리스크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 특히 보험사와의 파트너십을 성사시킬 경우, 안정적인 장기 계약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이 높다.

     

    1. 탄소지갑(Carbon Wallet) & 시민참여형 플랫폼

    세 번째 전략은 장기적으로 탄소지갑(Carbon Wallet)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시민참여형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이다. 개인의 교통, 전력 사용, 소비 데이터 등을 AI가 자동 분석하여 탄소발자국을 계산하고, 대중교통 이용이나 재활용과 같은 감축 활동에 대해 포인트를 지급한다. 이 포인트는 로컬화폐나 탄소크레딧으로 전환할 수 있어, 시민 참여형 탄소시장의 토대가 된다.

    한국만 보더라도 환경부의 탄소포인트제 참여자는 이미 약 250만 명에 이르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친환경 소비를 장려하는 “그린 리워드 앱”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MZ세대와 Z세대의 친환경 소비 트렌드를 감안할 때, 해당 시장은 향후 핀테크와 탄소중립이 융합된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자지급수단 및 포인트 화폐화에 관한 금융당국 규제를 고려해야 하며,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로컬화폐와 연계하는 것이 핵심 성공 요인이다. 수익모델은 친환경 소비 리워드 마켓플레이스의 수수료, 지자체의 예산 지원, 데이터 기반 ESG 마케팅 서비스 등으로 다양하게 설계될 수 있다. 초기에는 사용자 확보가 관건이지만, 일정 규모 이상 확보할 경우 핀테크, 광고, 데이터 사업과 연계되어 높은 확장성을 보장한다.

    최종 정리

    Verdex AI가 제시하는 기후환경 + AI 비즈니스 전략은 세 단계의 로드맵으로 구체화된다.

    단기적으로는 dMRV 검증 플랫폼을 통해 B2B/B2G 시장에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고,

    중기적으로는 기후리스크 예측 및 보험 연계 모델을 통해 금융권 협력을 강화하며,

    장기적으로는 탄소지갑을 중심으로 시민 참여형 플랫폼을 구축하여 B2C 영역까지 확장한다.

    이러한 3단계 전략은 단순히 기업의 수익 창출을 넘어,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와 ESG 경영을 지원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 할 수 있다.(끝)

  • “미세먼지 정책, 왜 기후변화 정책보다 홀대받는가”

    “미세먼지 정책, 왜 기후변화 정책보다 홀대받는가”

    1. 문제의식

    매년 봄·겨울마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기록할 때마다 국민의 불안감은 급격히 높아진다. 그러나 정치·행정의 우선순위에서 미세먼지 정책은 기후변화 정책보다 후순위로 밀려난 듯 보인다. 이상 기온, 폭염, 홍수 등 기후재난이 빈발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은 ‘글로벌 아젠다’로 자리 잡았지만, 정작 국민의 호흡기를 위협하는 미세먼지 문제는 ‘계절성 현안’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 왜 이런 역전 현상이 벌어졌을까?

    1. 원인 분석

    (1) 정책의 시야 차이 – 미래 대 현재

    기후변화 정책은 지구 전체, 수십 년 후를 대상으로 한다. 탄소중립, 2050 목표 등 장기 로드맵이 국제사회와 연계돼 설계된다. 반면, 미세먼지는 당장 내일, 이번 주의 문제다. 국민이 직접 목격·체감할 수 있지만, 오히려 ‘단기 대응’에만 집중되다 보니 국가 전략 차원에서의 종합 계획이 미흡해진다.

    (2) 성과 측정의 구조 차이

    기후변화 정책은 ETS(배출권거래제), DMRV(디지털 측정·보고·검증), CBAM(탄소국경조정제) 등 국제적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제도가 있어, 감축량과 이행 성과가 ‘숫자’로 기록된다. ESG 공시 등 민간 영역에서도 평가·투자 기준으로 기능한다. 반면 미세먼지는 지역·시간대별 변동이 크고, 오염원별 기여도 측정이 복잡해 ‘성과 지표’ 설정이 쉽지 않다.

    (3) 프리라이더(free-rider) 문제의 역설

    기후변화 대응은 글로벌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한 국가가 노력하지 않더라도 다른 국가의 감축 효과를 ‘무임승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협약·의무제를 통해 제도적 참여를 강제해 왔다. 미세먼지는 국경을 넘는 이동이 있지만, 대체로 ‘국내 관리 영역’으로 인식되어 국제적 강제력이 약하다. 이로 인해 재정·정책의 투자 유인이 떨어진다.

    (4) 국민 인식의 비대칭

    국민 입장에서 “당장 내 건강과 안전”이 중요하지만, 미세먼지는 심리적으로 ‘피할 수 있는 위험’으로 여겨진다. 마스크 착용, 공기청정기 가동 등 개인적 회피 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후변화는 개인 차원에서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오히려 국가·국제기구의 개입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역설을 만든다.

    (5) 정책 방향의 왜곡 조기폐차 사례

    대표적인 예가 조기폐차 정책이다. 노후 경유차를 조기폐차하면 단기적으로 배출이 줄어드는 듯 보이지만, 차량 생산·폐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미세먼지를 모두 고려하면 오히려 환경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순환경제와 탄소중립 시대에는 ‘생산-사용-폐기’ 전 주기(Life Cycle) 관점에서 정책을 설계해야 하며, 단순한 교체보다 운행 효율화·저감장치 부착·연료전환이 장기적으로 더 친환경적일 수 있다.

     

    1. 제도 비교와 함의

     

    구분

    기후변화 정책

    미세먼지 정책

    국제 제도 UNFCCC, 파리협정, ETS, CBAM, ESG 공시 등 강력한 글로벌 거버넌스 일부 국경 대기오염 협정 있으나 미흡, 국가별 자율 대응
    성과 측정 DMRV, 배출량 통계, 탄소 가격, 국제 보고 체계 지역별 측정망 존재, 그러나 기여도 분석·책임 추적 제한적
    정책 지속성 장기 국가전략(2050 탄소중립) 단기·계절성 대책 중심
    민간 참여 기업의 ESG 전략·투자 연계 민간 참여·투자 유인 부족

     

    1. 제언 미세먼지를 기후환경 통합 정책으로

    첫째, 성과 지표의 국제 표준화가 필요하다. 미세먼지 감축도 DMRV 체계를 도입해, 오염원별 저감량을 수치화·인증하고 ETS·외부사업 연계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둘째,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통합 관리가 요구된다. 노후차 개조, 산업 설비 개선 등은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동시에 줄인다. 특히 공회전제한장치 부착사업은 이 통합관리의 대표적인 사례로, 불필요한 연료 소비와 온실가스·미세먼지 배출을 동시에 줄이는 효과가 명확하다. 이러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

    ​셋째, 국제협력과 외교 의제화를 강화해야 한다. 초미세먼지는 중국·몽골발 황사, 장거리 대기이동 영향이 크다. CBAM처럼 ‘국경 초미세먼지 조정 메커니즘’ 논의도 필요하다.

    넷째, 국가 이익과 글로벌 책임의 균형을 설계해야 한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이유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자국 산업·고용에 불리하다는 판단과 ‘자국 우선주의’ 때문이다. 한국은 당장 국민의 건강이익과 장기 글로벌 안정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미세먼지를 더 이상 홀대하는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 국민 건강과 안전은 기후변화 대응의 장기 목표 못지않게 중요한 국가 의무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정책을 동일한 위상에서 설계하고, 통합적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출발점이다.(끝)

     

  • 국정기획위원회의  “운행차 대기오염·온실가스 통합 감축정책 제안”에 대한 답변과 향후과제

    국정기획위원회의 “운행차 대기오염·온실가스 통합 감축정책 제안”에 대한 답변과 향후과제

    지난 7월21에 신정부 출범에 즈음하여 모두의 광장에 정책제안을 한 바 있다. (참조: 본 홈페이지 최근 게시판이 “운행차 대기오염·온실가스 통합 감축정책 제안”)

    어제 정책기획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이 답변이 왔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답변드립니다.안녕하십니까?  ‘모두의 광장’에 방문하여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귀하께서 제안해 주신 내용에 대해 소관 부처인 환경부에서 검토한 결과를 다음과 같이 알려 드립니다.

    “내연기관차량(약 2천만대) 감축에 대한 귀하의 관심에 감사드리며, 국민소통 플랫폼을 통해 제안하신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안내드립니다. 환경부에서도 귀하께서 제안해주신 바와 같이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동시에 저감해야한다는 제안에 공감하고 있으며, 지난 2차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25~’29)에도 주요 배출원에 대해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동시 감축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아울러, 현재 운행되고 있는 내연기관 차량의 대기오염물질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도 감축할 수 있는 조기폐차(4~5등급 차량), 전동화 개조사업(1톤 화물차) 등을 추진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다만, 위 대책만으로는 현재 2천만대 이상 운행되고 있는 내연기관차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추가적인 저감사업 및 전동화 방안 등에 대해 제안해주시면 필요한 부분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검토해 나가겠습니다. “귀하의 제안은 국정기획위원회 내 소관 분과위에도 통보하여, 국정과제 또는 소관부처 정책 반영 여부를 검토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답변을 보면, 환경부와 국정기획위원회가 “대기오염·온실가스 동시 감축” 정책 방향에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이미 일부 정책을 진행중 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현재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추가 제안을 하면 정책 반영을 검토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 중요하다.

    이제 가야할 길이 조금 보인다. 다음과 같은 고민 과제가 떠오른다.

    1. 긍정적인 부분

    – 정책 방향 공감: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동시 감축 필요성 인정.

    – 현재 정책 연계성: 2차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25~’29)에 이미 동시 감축 전략 포함.

    – 추가 제안 수용 의사: 새로운 저감사업·전동화 방안을 제안하면 정책 반영을 검토하겠다고 약속.

    1. 한계와 기회

    – 현 대책 한계 인정: 현재의 정책만으로는 2천만대 내연기관차의 획기적 감축이 어려움.

    – 기회 요인: “추가 제안”을 명시적으로 요청 → 향후 후속 제안이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 높음.

    – 정책 경로: 국정기획위원회 → 소관 분과위 → 국정과제/부처 정책 반영 여부 검토.

    1. 향후 대응 전략

    (1). 기조의 명확화: 3대 핵심전략(3C)을 기조정책 축으로 공식 채택

    전략명

    정의

    핵심 목표

    Clean Air (청정대기) 대기환경의 질 개선을 통해 국민 건강과 환경 보전 초미세먼지 저감, 운행차 관리, 산업 배출 제어
    Circular Economy (순환경제) 자원 소비를 줄이고 재사용·재활용을 통해 폐기물 최소화 자원순환율 제고, 재제조·리사이클 산업 육성
    Carbon Neutrality (탄소중립)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를 균형시켜 순배출 0 실현 2050 탄소중립 로드맵 이행, 감축+흡수+전환

     

    (2) 추가 제안서 작성: 기존 제안의 범위를 확장해, 외부사업 크레딧 제도와 연계 등 검토

    (3) 재원방안 제시: 유류보조금, 일몰제 등과 관련하여 재원 조달 방안(국비·지방비·민간투자) 명시.

    (4) 정책연계: 정량적 효과 분석, 미세먼지(PM10·PM2.5) 및 CO₂ 감축량 수치화, 정책 시행 시 5년·10년간 효과 예측 시뮬레이션.

    (5) dMrv 기반 시범사업 제안: 신정부의 탄소배출권시장 강조와 연계하여 추진방안 제안, ‘그린뉴딜’, ‘탄소중립 기본계획’과 연결.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공통 크레딧제도 도입

    (6) 민관 협의체 확대구성: 기술기업·차량정비업·물류업체·지자체가 참여 하는 상설 협의체 운영안 제시. 협의체 참여기업 중심의 인증, dmrv 연계 추진 등(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