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정 복영

  • (강의4) 트윈트랜지션(Twin Transition) 과 Verdex AI(주)

    (강의4) 트윈트랜지션(Twin Transition) 과 Verdex AI(주)

    트윈 트랜지션 시대, ‘Verdex AI’가 주는 질문

    「정책은 녹색을 말하고, 기술은 디지털을 말한다.」
    지금 세계는 탄소중립(Net Zero)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두 거대한 흐름 속에서 방향을 묻고 있다.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트윈 트랜지션(Twin Transition)’은 시대의 기조이며, 모든 산업과 정부, 사회 시스템이 이 이중 전환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 그 중심에 한 스타트업이 있다. Verdex AI. 그린의 의미인 Verde, 무한전환을 의미하는 X, 그리고 이를 가속화하는 AI를 합친 이름이다. 디지털 기술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 아래, 환경과 기술의 경계를 허무는 이 기업은 지금 이 시대가 던지는 질문에 명확한 응답을 시도 중이다.

    🔍 디지털은 어떻게 탄소중립을 가능하게 하는가?
    탄소 감축은 이제 숫자의 문제다. 얼마나 줄였는가, 어디서 줄였는가, 실제로 줄였는가.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정밀한 측정과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 여기서 디지털의 역할이 시작된다. Verdex AI는 이 틈을 정확히 파고든다. AI, 빅데이터, 위성영상, IoT 센서 기술을 활용하여 온실가스를 실시간 측정하고 자동 보고하며, 배출 감소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디지털 MRV(Measurement, Reporting, Verification)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국내외 기업이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응하거나, ESG 공시를 위한 정량 데이터를 확보하고, 나아가 탄소크레딧을 발행해 경제적 보상까지 연결하는 기반 인프라다.

    🔍 규제를 넘어 기회를 설계하는 기술인가?
    과거 기업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탄소중립 전략을 고민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탄소중립은 규제를 넘어서 브랜드 신뢰와 투자 유치의 핵심, 글로벌 공급망 진입 조건, 혁신 기술의 시장 진입 도구가 되었다. Verdex AI는 이 변화를 정확히 포착한다. 자체 알고리즘 기반으로 기후영향평가 보고서 및 기업의 ESG 보고서 생성을 자동화하고, 지자체와 기업의 맞춤형 탄소감축 전략을 AI로 설계하며, 수출기업과 하청기업의 CBAM 대응과 SCOPE 3 적응전략을 제공할 뿐 아니라 자연자본을 디지털 자산화하여 탄소 및 생태계 크레딧 사업과 연계하는 새로운 시장을 연다. 이제 탄소 감축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며, 보고는 노동이 아니라 자동화의 영역이 된 것이다.

    🔍 트윈 트랜지션의 진정한 주체는 누구인가?
    EU는 2020년 ‘트윈 트랜지션’을 선언했다. 녹색과 디지털, 두 전환이 서로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선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기술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정책과 시장을 연결할 중간 실행주체가 필요하다. Verdex AI는 바로 그 실행자다. 대한민국의 복잡한 산업현장과 규제환경 속에서도 실제로 작동하는 디지털 감축 시스템을 만들고,
    공공기관부터 글로벌 수출기업까지 맞춤형 기후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며, 이제는 ‘기후와 기술의 교차점’을 실현하는 실질적인 파트너로 성장하고 있다.

    🔍 스타트업인가, 인프라인가?
    Verdex AI는 현재를 위한 스타트업이 아니다. 2050년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디지털 인프라 기업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 탄소중립이 단지 선언이 아닌 실행이 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Verdex AI는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기술로 기후를 설계한다.” (끝)

  • 강의(3) 기후위기와 죄수의 딜레마 – 왜 국제협력은 어려운가?

    강의(3) 기후위기와 죄수의 딜레마 – 왜 국제협력은 어려운가?

    기후변화는 한 나라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모든 나라가 함께 협력해야 지구 전체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각 나라가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거나, 서로 눈치를 보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왜 그럴까?

    이 문제를 설명하는 데 자주 쓰이는 개념이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이다. 죄수의 딜레마란 무엇일까?

    두 명의 범죄 용의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은 서로 협력해서 침묵하면 가벼운 처벌만 받는다. 하지만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백하게 되면, 둘 다 무거운 형을 받게 된다. 더 안 좋은 건, 한 사람만 자백하면 자백한 사람은 풀려나고, 침묵한 사람은 오히려 더 큰 벌을 받는다. 결국 둘 다 “상대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해 자백하고, 둘 다 손해를 보게 된다. 이 구조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표

    상대방이 침묵 상대방이 자백
    내가 침묵 둘 다 징역 1년 (최선) 내가 10년, 상대방 석방
    내가 자백 내가 석방, 상대방 10년 둘 다 징역 5년 (비효율적 결과)

     

    이처럼 협력하면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지만, 상대방의 배신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결국 둘 다 자백하고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 구조는 국제기후협력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각 나라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감축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드는데, 그 혜택은 전 세계에 퍼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각국은 “우리가 줄여봤자, 다른 나라가 줄이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결국, 모두가 ‘줄이지 않는 쪽이 우리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되고, 아무도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 된다. 이렇게 되면 기후위기는 계속 심각해지고,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

    이 상태를 경제학에서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이라고 부른다.  즉, 아무도 자신의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는 안정된 상태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모두에게 손해인 결과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만약 이 게임이 한 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반복되는 상호작용 속에서는 신뢰를 쌓고, 협력하면 장기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기후협력도 이런 구조로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5년마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계획(NDC)을 다시 제출하고, 점검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협력이 반복되고, 서로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각국은 점점 더 진지하게 협력하게 된다.

    죄수의 딜레마는 협력이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조건과 제도를 갖추느냐에 따라 협력은 충분히 가능하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게임의 규칙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단순히 각국의 의지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서로를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설계하는 일이다. 우리가 그 구조를 바꿔낼 수 있다면, 지구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 강의(2)-탄소중립을 향한 사다리와 낮게 달린 과일(low-hanging fruit)

    강의(2)-탄소중립을 향한 사다리와 낮게 달린 과일(low-hanging fruit)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종종 언급되는 것이 ‘탄소세(carbon tax)’와 같은 가격 기반의 시장 수단이다. 이들 정책은 오염자에게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비용효율적인 감축 경로를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론적으로, 가격 메커니즘을 통해 사회 전반에 걸쳐 효율적인 감축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탄소중립이라는 장기적이고 전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한가?

     

    앤서니 팻과 요한 릴리스탐(Anthony Patt와 Johan Lilliestam)은 2018년 Joule에 발표한 글에서, 탄소세의 한계를 ‘낮게 달린 과일(low-hanging fruit)’이라는 은유로 설명한다. 그들은 탄소세가 단기적으로 감축 비용이 낮은 분야—예컨대 에너지 효율 개선, 산업 공정 최적화 등—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 고비용 감축 영역—예컨대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 탈내연기관 자동차 산업 전환, 저탄소 철강 생산—에서는 역부족임을 지적한다. 탄소세는 “낮은 곳에 달린 과일”을 따게 만들 수 있지만, 나무 위에 있는 모든 사과를 따기 위해서는 “사다리”라는 다른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다리는 규제, 산업정책, 공공 투자, 기술 보조금, 교육과 노동 전환 지원 같은 다양한 정책 수단을 의미한다.

     

    탄소세가 지닌 이론적 우아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에너지 시스템은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단일한 가격 신호만으로는 기술 전환이나 사회적 재편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예컨대 석탄화력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일은 단순히 석탄의 가격을 올리는 것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이는 장기적인 송배전망 재설계, 신기술에 대한 초기 시장 창출, 기존 산업 노동자의 직무 전환 등 광범위한 공공정책 개입을 필요로 한다.

     

    또한 탄소세는 사회적 수용성의 측면에서도 한계를 가진다. 세금은 소비자와 산업계에 즉각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그 분배적 영향이 불평등할 경우 정치적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이와 같은 이유로,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에서 탄소세 도입은 정치적 갈등을 초래하거나 시행 후 축소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따라서 탄소중립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비용효율성’이라는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것은 탄소 감축을 ‘시장 실패 교정’이라는 협소한 틀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경제적 전환을 유도하는 ‘전략적 정부 역할’로 인식하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단기적 대응으로 해결될 수 없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도전이다. 앤서니 팻과 요한 릴리스탐의 말처럼,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낮게 달린 과일만을 탐할 수 없는 시대에 있다. 모든 과일을 따야 하는 시점에 우리는 반드시 사다리를 준비해야 하며, 이 사다리는 정치적 용기, 제도적 역량, 사회적 연대에 의해 세워질 수 있다. 탄소중립은 기술만이 아니라, 의지와 상상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는 그 사다리를 설계하고, 함께 올라야 할 시간이다.

     

  • 강의(1)-나의 탄소이야기

    강의(1)-나의 탄소이야기

    탄소중립이라는 말은 이제 뉴스나 정책 발표에서 자주 들리는 용어가 되었다. 하지만 이 개념은 단지 기술적인 문제나 국가 전략 차원에서만 다루어져야 할 대상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 그리고 과거의 삶 속에도 탄소중립의 씨앗은 이미 있었다.

     

    어릴 적, 어머니는 장독에 장을 담근 뒤 아버지가 만든 숯을 장독 안에 띄우셨다. 숯은 잘 가라앉지 않고 장 속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해 맛을 오래도록 유지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때는 그저 장맛을 지키기 위한 옛 지혜라고만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숯은 탄소중립의 원리를 품고 있었다.

     

    아버지는 종종 소죽을 끓일 때 아궁이에 나무를 넣고 태우다가, 일정 시점에 불길을 막고 아궁이를 닫아 숯을 만들었고, 그 숯은 어머니의 장독에 사용되었다. 나무를 태우다 공기를 차단하면 불이 꺼지면서 나무는 숯으로 변한다. 이때 수분과 가벼운 성분은 날아가고, 나무속 탄소는 대기중으로 방출되는 대신 고체인 숯으로 남는다. 이렇게 만든 숯은 쉽게 썩지 않아 오랜 시간 동안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흡수되거나 저장되는 양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다. 돌아보면 부모님의 지혜도 탄소를 불필요하게 배출하지 않으면서 삶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식이었다.

     

    다시 나의 부모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중학교 시절, 나는 방과 후 집 앞 도로에서 벼를 말리고 거둬들이는 일을 돕곤 했다. 부모님은 집 앞 도로의 검은 아스팔트가 햇볕을 잘 흡수한다는 점을 활용해 벼를 말리셨고, 이후 풍로를 이용해 쭉정이를 날려냈다. 이 전통적인 방식은 오늘날의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과 원리는 다르지 않다. 부모님은 ‘탄소’나 ‘에너지 전환’이라는 개념을 모르셨지만, 이미 자연의 에너지를 있는 그대로 활용하고 계셨던 것이다.

     

    이 책은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을 단지 현대의 과학기술 영역에 국한시키지 않고, 우리의 삶과 역사, 그리고 사회적 전환이라는 더 넓은 맥락 속에서 풀어내고자 한다. 결국, 탄소중립은 우리 선조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방식과 맞닿아 있다.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적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