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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중립강좌(7)-화석연로 대체재 ‘바이오이코노미’ 논쟁

    탄소중립강좌(7)-화석연로 대체재 ‘바이오이코노미’ 논쟁

    바이오이코노미, 화석연료 전환과정서 정교하게 관리할 핵심변수

    에너지 이미지.(출처=pexels)

    우리는 오랫동안 에너지의 출처와 한계를 묻지 않았다. 전기를 켜면 불이 들어왔고, 자동차에 연료를 넣으면 달렸다. 에너지가 어디에서 왔는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는 적은 양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고, 비용 부담이 적으며, 필요할 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자본주의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에너지원으로 작동해 왔다. 국가는 이 에너지를 전제로 산업과 경제를 설계했고, 사회는 그 질서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 질서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화석연료 사용이 누적되면서 기후변화라는 형태로 한계가 드러났고, 이는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전제를 흔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더 이상 성장만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방식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이제 관심은 화석연료 이후의 사회를 지탱할 에너지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은 강의를 하다 보면 자주 마주치게 되는데, 오늘의 강좌도 그 연장선에 있다.


    바이오이코노미(bioeconomy)의 등장

    화석연료 이후의 에너지 체계를 둘러싼 논의가 추상적 구호를 넘어 구체적인 해법을 요구받기 시작하면서, 이미 우리 주변에 존재하던 자들이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농업·임업·페기물 등 생물자원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바이오에너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실적인 선택지로 부상했고, 이후 그 논의는 경제 구조 전반을 포괄하는 바이오이코노미로 확장되었다.

    이 접근이 주목받은 이유는 직관적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식물은 성장 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그 탄소는 생물체 안에 저장된다. 그렇다면 그 자원을 다시 에너지나 소재로 활용하는 것은 화석연료처럼 새로운 탄소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생물권 안에서 순환하던 탄소를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기존 탄소의 활용’이라는 인식은 바이오에너지를 탄소중립 시대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실제로 벌어진 바이오이코노미 논쟁

    바이오이코노미를 둘러싼 논쟁은 단번에 제기된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심화되어 왔다. 2000년대 초반, 논쟁의 초점은 식량이었다. 옥수수와 사탕수수, 유채와 같은 작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1세대 바이오연료가 확산되면서, 식량 가격 상승과 토지 이용 변화 문제가 제기됐다. 이른바 “식량이냐 vs 에너지냐” 논쟁이다. 이 논쟁은 결국 정책으로 반영되어, 유럽연합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식량 기반 바이오연료의 비중을 제한하고, 폐기물과 부산물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바이오이코노미 논쟁의 초점은 산림으로 이동했다. 나무를 베어 태우는 산림바이오매스가 과연 재생에너지로 인정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 것다. 이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개념이 Carbon Payback Time, 즉 탄소 회수 시간이다. 숲을 베어 에너지로 사용하면 탄소는 즉시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그 탄소가 다시 숲에 의해 흡수되기까지는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 이 시간적 간극을 탄소 회수 시간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기후위기가 요구하는 시간표다. 탄소중립은 언젠가 균형을 맞추자는 장기적 약속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 안에 배출을 빠르게 줄여야 한다는 요청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논쟁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쟁점은 “바이오에너지를 쓸 것인가 vs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바이오자원을, 어떤 용도로, 어떤 순서로 사용할 것인가”로 옮겨갔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원칙이 바로 Cascade use, 즉 단게적 이용이다. ‘캐스케이드(cascade)’ 라는 말은 원래 폭포를 뜻한다. 물이 한 번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을 거치며 아래로 흐르듯, 바이오이코노미에서 이 개념은 생물자원을 가치가 높은 용도에서 낮은 용도로 순차적으로 활용하자는 원칙을 의미한다. 유럽은 바이오자원을 에너지로 태우는 것을 ‘가장 마지막 선택지로’ 간주한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물질로 사용해 탄소를 저장하고, 더 이상 활용이 어려워졌을 때에만 에너지로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바이오이코노미의 가능성과 한계

    바이오이코노미의 진짜 역할은 화석연료의 ‘전면 대체’가 아니다. 그런데 강의를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지금은 한계가 있지만, 기술이 더 발전하면 바이오이코노미가 화석연료를 대신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그러나 이 기대에는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가 있다. 바이오이코노미의 역할을 제약하는 요인이 단지 기술의 미성숙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바이오자원은 반드시 토지와 물, 생태계를 필요로 하고,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에너지의 양에는 물리적인 상한이 존재한다. 아무리 공정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단위 면적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에너지의 양을 무한히 늘릴 수는 없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경쟁의 구조다. 바이오자원은 에너지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식량과 생태계 보전, 토양과 수자원 관리와도 맞닿아 있다. 에너지 수요가 커질수록 이러한 영역과의 긴장은 피할 수 없다. 이런 조건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과도기적 문제’가 아니라, 바이오이코노미가 본질적으로 안고 있는 구조적 제약이다.

    이런 한계를 외면한 채 바이오에너지를 화석연료의 ‘완전한 대체재’나 ‘만능 해법’으로 포장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환상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이오이코노미의 의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바이오이코노미는 전기화가 어려운 영역, 이를테면 항공과 해운 연료, 고온이 필요한 산업공정, 화학 연료와 같은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농업 부산물과 폐기물을 자원으로 전환함으로써 순환경제의 마지막 고리 기능도 수행한다.

    바이오이코노미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그 방향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바이오이코노미의 채택 여부가 아니라, 활용의 범위와 조건, 그리고 우선순위다. 탄소중립 시대의 에너지 전환은 하나의 새로운 연료를 찾는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수단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의 문제에 가깝다. 바이오이코노미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주인공이 아니라하더라도, 전환 과정에서 반드시 정교하게 관리되어야할 핵심 변수다. 그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인식하고, 과장 없이 사용하는 것- 그것이 지금 이 논쟁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가장 현실적인 태도일 것이다.

    정복영 중앙대학교 기후경제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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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중립개론강좌(2)-기후위기 대응의 진화

    탄소중립개론강좌(2)-기후위기 대응의 진화

    ▲이미지 제공/ 탄소중립정책, 지구 시스템 5개 권역의 상호작용.(그림=기후에너지환경부)

     

    최근 우리는 기후위기라는 말을 일상으로 듣는다. 여름이면 불볕더위가 길어지고, 국지성 집중호우가 도시를 단숨에 마비시키며, 세계 곳곳에서는 산불과 식량 위기가 반복된다.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대량의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속도로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이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기후 시스템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국제 기후과학기구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탄소 배출과 온실효과가 있다. 이산화탄소는 열을 붙잡는 성질을 지니는데, 우리가 배출하는 양이 자연의 흡수 능력을 초과하면서 대기 중 탄소가 지속해서 축적되고 있다. 그 결과는 단순한 날씨 변화가 아니라 생태계, 농업, 건강, 물 관리, 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적 충격으로 이어진다.

    특히 IPCC는 기후 시스템이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되돌리기 어려운 임계점(tipping point)에 다다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북극 해빙이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바다가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해 온난화 속도가 가속되고, 다시는 원래의 얼음 상태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기후 대응은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탄소 중립(Carbon Neutrality) 개념의 등장

    이러한 위기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탄소 중립이다. 탄소 중립은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자연 또는 기술을 통해 흡수·제거되는 양을 같게 만들어 대기 중 탄소 총량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상태이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전 세계 국가는 기후위기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 가능하면 1.5℃ 이하로 유지한다는 공동 목표에 합의했다. 그러나 각국의 산업구조와 에너지 소비 수준이 크게 다르므로, 모든 나라가 당장 배출량을 급격히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파리협정은 배출과 흡수를 통해 균형을 맞춘다는 탄소 중립개념을 우선적인 목표로 채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탄소 중립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탄소 중립은 배출량을 줄이는 감축(reduction)과 흡수·상쇄(offset)를 모두 인정하는 개념이므로, 이론적으로는 감축 노력을 크게 하지 않아도 상쇄만으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일부 기업과 국가는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은 채 나무 심기 사업이나 해외 감축 사업 투자만으로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하기도 했다.

    넷제로(Net Zero) 개념으로 진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주목하게 된 개념이 바로 넷제로이다. 넷제로는 단순히 배출과 흡수의 균형을 맞추는 탄소 중립과 달리, 배출 자체를 가능한 한 근본적으로 줄이는 것을 우선 원칙으로 삼는다. 즉, 남길 수밖에 없는 최소한의 ‘잔여 배출(residual emissions)’에 대해서만 상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접근이다.

    이 개념은 2018년 IPCC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 전 세계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 배출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과학적 결론이 제시되면서 명확한 국제 목표로 자리 잡았다(Limiting warming to 1.5 °C implies reaching net zero CO₂ emissions globally around 2050). 그 이후 SBTi(과학기반감축목표기구)는 기업이 넷제로를 선언하려면 전체 배출량의 약 90% 이상을 실제 감축해야 하며, 상쇄는 감축이 불가능한 잔여 배출에만 허용된다는 기준을 세웠다. 넷제로 목표는 감축이 우선이며, 상쇄는 최후의 보완 수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탄소 중립이 기후 대응의 출발점이었다면, 넷제로는 실질 감축 중심으로 전환된 다음 단계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기후 중립(Climate Neutrality)으로의 확장

    마지막으로 기후 중립은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메탄, 아산화질소 등 모든 온실가스와 기후 영향 요인을 포함하는 더 포괄적 개념이다. 탄소 중립이 ‘탄소’를 중심으로, 넷제로가 ‘감축 방식’을 강조한다면, 기후 중립은 지구 기후 시스템 전반의 균형을 복원하는 최종 목표라고 말할 수 있다.

    기후 중립은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 기후에 영향을 주는 모든 온실가스와 기후변수의 순 영향을 0으로 만드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단기적 감축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으며, 에너지 전환, 산업구조 개편, 생태계 복원, 기술 혁신이 함께 이루어져야 가능한 장기적 목표이다.

    탄소 중립, 넷제로, 기후 중립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살펴본 것처럼 뜻과 적용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이 차이를 알아두는 것이 기후 대응을 바르게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개념을 분명히 하면 목표가 더 현실적으로 보이고, 시장과 정부 정책도 신뢰를 얻으며, 실제로 얼마나 감축했는지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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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중립개론강좌(1)-탄소중립개론] 강좌를 시작하며…

    탄소중립개론강좌(1)-탄소중립개론] 강좌를 시작하며…

    [탄소중립개론] 강좌를 시작하며…
     
    “기후위기는 경제위기… 감축은 산업 경쟁력 핵심 전략”

    ▲정복영 교수의 탄소중립개론 지도서.(사진=알라딘 제공)

    세계 경제는 지금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질서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폭염·홍수·산불 같은 기상이변이 농산물 가격과 물류비를 뒤흔들고,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은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구조적 변수가 되었다.

    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탄소중립이 있다. 그것은 이제 도덕적 구호가 아니라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2026년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탄소가 곧 무역의 비용이 되는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제품의 품질보다 ‘탄소배출량’이 새로운 경쟁 기준이 되었고, 감축정책의 수준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고 있다.

    탄소시장(ETS)은 규제시장의 신호체계로 자리 잡으며, 감축 실적이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다.

    여기에 자연자본시장(Natural Capital Market)이 결합하면서, 탄소흡수원과 생태복원, 수자원·토양의 보전 가치가 새로운 금융자산으로 평가된다. 새로운 두 시장의 탄생을 통하여 우리는 기후와 경제의 경계가 사라지고, 탄소중립은 산업전략과 무역질서를 재편하는 경제 전환의 축으로 부상했음을 목도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정부도 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을 통합하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하며 기후대응의 전략적 전환을 꾀하고 있다.

    특히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통해 정책 집행의 컨트롤타워를 창출하고, ESG 공시강화·녹색금융 확대·재생에너지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 등을 적극 추진 중이다.

    다만 현실과의 접점에서는 과제가 남아 있다. 산업계는 에너지정책의 규제 강화 우려를 제기하며, 일부 투자자들은 정책 신호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부족을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한편 국제 정세는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협정 이탈과 화석연료 산업 복귀는 탄소중립을 둘러싼 국제 합의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미국이 규제 완화와 에너지 자립을 앞세우면,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나 녹색산업정책은 새로운 무역 갈등과 정책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

    기후정책은 이제 환경이 아닌 경제·외교·안보가 교차하는 복합 의제로 변모하고 있으며, 나아가 기후정책 결정은 오늘을 사는 세대의 이해를 넘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의 삶까지 좌우할 것이다.

    그럼에도 탄소중립의 본질은 단순하다. 낭비를 줄이고 자원을 아끼며 자연의 순환을 존중하는 삶의 방식, 그것이 탄소중립의 출발점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도 그 지혜가 있었다. 어머니의 장독대 위의 숯은 냄새를 막는 도구이자 공기 중 탄소를 고정하는 생활의 과학이었고, 아버지는 가을마다 ‘까치밥’을 남겨 새와 인간이 공존하는 순환의 질서를 지켰다. 절약과 배려의 원리는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생태적 탄소중립’의 뿌리였다.

    하지만 지난 150년간 인류는 그 균형을 잃었다.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에서 420ppm을 넘어섰고, 지구 평균기온은 1.2℃ 상승했다. 이제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경제와 생존의 과제가 되었다.

    다행히 우리는 해법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 AI와 빅데이터는 에너지 수요를 예측하고, 디지털 MRV(Measurement·Reporting·Verification) 시스템은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검증한다. 기업은 감축 실적을 자산화하고, CCUS·재생에너지·순환경제 산업은 새로운 성장의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의 사회는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이 동시에 진화하는 ‘트윈 트랜지션(Twin Transition)’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이 자원 효율을 높이고, 블록체인과 IoT가 탄소감축의 신뢰성을 높이며,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가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낸다. 탄소중립은 기술혁신과 시장혁신이 결합된 미래사회의 기본 언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제가 [탄소중립개론]을 집필한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탄소중립은 기술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 이해를 경제적 실천과 사회적 전환으로 연결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곧 경제위기이며, 감축은 윤리적 선택을 넘어 산업 경쟁력의 핵심 전략이 된다.

    온실가스, CBAM, 탄소시장, ESG, 자연자본회계 같은 개념이 정책 보고서에만 머문다면, 시민과 기업, 정부는 그 의미를 공유하지 못한다. 이 책은 그 간극을 좁히고, 과학과 경제, 정책과 생활이 하나의 언어로 소통하는 길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제 지면을 통해 [탄소중립개론] 강좌를 연재한다. 기후변화의 과학에서 출발해 정책, 산업, 시민의 행동경제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풀어가며, 이해가 실천이 되고, 실천이 문화가 되는 전환의 여정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